부신백질이영양증 눈물겨운 사투

여기 나오는 환우 사례는 가명으로 하겠습니다

 

*“희망잃지 않아요”속칭 로렌조 오일병으로 불리는 부신백질이영양증(ALD)은 몸안의 '매우 긴사슬 지방산'(VLCFA)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들어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희귀질환이다.10살 이하 남자 어린이에게 주로 발병하지만 간혹 어른들에게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5∼10살 사이에 발병하는 '소아형'은 첫 증상이 나타난지 6개월∼1년만에 시력과 청력을 잃고 2∼3년내에 식물인간이 된 후 결국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1963년에 성염색체인 X염색체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것이 밝혀졌다. 국내에는 지난 93년 이 병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로렌조 오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현재 23명의 환자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전남 광주에 사는 10살 인철이(가명)는 부신백질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인철이가 처음 몸에 이상을 보인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개구쟁이처럼 잘 뛰어 놀던 아이가 갑자기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고 앞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크면 괜찮을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현재 인철이는 거의 시력을 잃었고 누군가의 부축이 없으면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다.

인철이의 부모가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된 것은 올해 5월. 어머니 김모씨(33)는 처음 병원에서 병명과 진행 정도에 대해 들었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한다. 5년 전의 악몽이 스치면서 불안감이 엄습해왔기 때문. 당시 인철이 부모는 큰아들(6살)을 똑같은 병으로 발병 6개월만에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었다. 김씨는 “그 때 병원에서 다른 형제가 있으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었는데…. 아니길 바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던 게 후회스럽다”며 흐느꼈다.

자식을 먼저 가슴에 묻은 부모의 인지상정일까. 둘째아들 만큼은 꼭지키고 싶었던 김씨는 그동안 한약,침 등 안 써본 약이 없을 정도로 동분서주했다. 영화를 통해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졌던 ‘로렌조 오일’도 수백만원을 들여 구입,6개월 동안이나 먹여봤다. 최근 해외에서 효과가 입증된 ‘골수 이식’도 고려해봤지만 국내에선 성공한 사례가 없어 포기했다.

지극정성이 하늘에 통했기 때문이었을까. 다행히 인철이는 현재 병의 진행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은 겹쳐 온다고 했던가. 최근 검사를 통해 막내아들(6)까지 병 유전자를 보인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직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씨는 “세 자식이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 봐야만 하는 심정은 그 어느 누구도 모를 것”이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부신백질이영양증은 인철이의 경우처럼 어느날 갑자기 증상이 시작돼 때에 따라선 급속도로 진행돼 사망에 이르는 아주 무서운 병이다.

발병하면 처음엔 행동이 느려지며 공격적인 성향,학습부진,기억력 감퇴,보행장애,치매 증상을 보이다가 심해지면 발작,연하 곤란(삼키기 힘들어지는 증상),청력 및 시력 장애 등 신경학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또 피부 색소 침착,구토,설사,저혈압 등 부신기능의 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환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기능이 점점 마비돼 식물인간 상태가 되고 결국 15세 이전에 사망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 연도를 넘어 더 오래 사는 환자들도 있다 . 13살 때 처음 발병한 강민석씨(24·서울 도봉동 )는 3년여만에 식물인간 상태가 됐지만 이후 10여년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발병 1년여만에 사망한 형에 비하면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그 또한 부모의 지극한 간호로 로렌조 오일 등 효과가 있다는 약은 다 써 봤다. 강씨의 부모는 “여러 차례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다가도 약을 먹고 나면 다시 호전되기도 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4년째 투병중인 희준이(12)도 병의 진행이 아주 느린 경우. 걷는 데 조금 불편하고 시력이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다른 증상은 아직 없다. 어머니 김영희씨(44·경기도 의정부시)는 “하루 하루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것을 감사하며 살고 있다”면서도 “언제 병이 악화될 지 모르기 때문에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같은 환자가족들은 단 하루도 희망을 버린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매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지만 단 1%의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신백질이영양증모임 대표 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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